[사설]지옥철 9호선, 대피 불가능한 혼잡 알고도 연장개통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내일 2단계 개통을 한다. 현재 개화역∼신논현역 27km 25개 역 구간에서 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4.5km 연장이다. 9호선은 지금도 아침 출근길에 승객들이 숨을 못 쉴 만큼 짐짝처럼 끼여 다니는데 2단계 개통으로 승객이 더 늘면 큰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다. 열차 증편을 결정했어야 할 서울시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

지금도 9호선 인터넷 게시판에는 “당신들은 살인자들과 다름없습니다” “열차 한 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겨 넣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인가요?” 같은 이용객들의 원망과 아우성이 넘친다. 염창역에서 당산역까지 오전 출근시간 혼잡도는 237%나 된다. 열차 한 량에 촘촘히 선 승객까지 정원 158명을 다 채우고도(혼잡도 100%) 216명이 더 탄다는 얘기다.

교통공학 전문가들은 혼잡도 237%면 화재 같은 열차 내 위급 상황이 생겨도 기본 대피가 어려워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혼잡도 100%만 돼도 손잡이를 잡으며 몸을 지탱할 수 있지만 200%가 넘는 혼잡 상황에서는 자칫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5월 신호기 고장으로 일어난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같은 것이 9호선에서 벌어질 경우 249명의 중경상자를 능가하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2단계 연장 운행으로 승객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서울시는 예비차량 1대만 추가했을 뿐, 내년 9월은 돼야 20량을 더 투입한다니 교통행정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이용객 예측을 잘못한 탓이라지만 이들의 조사만 믿고 현장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서울시도 잘못이 있다. 또 차량 구입 국고 지원을 놓고 무상보육처럼 기재부와 이견까지 있었다니,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힘겨루기로 시민들만 골탕먹는 셈이다. 이제 와서 무료 급행버스 투입, 서울시 직원을 동원한 안전 관리 등을 대책이라고 내놓으면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라”고 시민들을 몰아세우니 답답하다.
#지하철 9호선#2단계 개통#아우성#혼잡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