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북 숙주” “정신질환” 여야는 저질 굿판을 거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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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이 어제 “여당 의원들의 종북 타령과 이념 공세가 도를 넘어 정신질환 수준”이라며 “여당 의원들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저지른) 김기종 씨와 함께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김 씨와 일부 야당 의원의 관계를 문제 삼아 각종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과 박대출 대변인 등 5명의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민사소송과 함께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고발 대상으로 거명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9일 “문재인 대표는 말은 김무성처럼 하지만 생각은 김기종처럼 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했고, 박대출 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은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했다.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여당에서 종북 프레임을 씌우는 듯한 표현을 쓴 것은 도가 지나치다. 그렇다 해서 새정치연합이 종북 논란을 사법의 도마 위로 끌고 가는 것은 종북 여부 규명을 놓고 공안수사를 자초하는 악수(惡手)가 될 뿐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김 부총장은 대학 동문인 김 씨가 국회 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바 있다. 새정치연합 일부 의원들이 김 씨에게 후원금을 바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씨가 국회에 드나드는 데 새정치연합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면 국민 앞에 사과를 할 일이지 큰소리를 칠 일은 못 된다.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북 세력과 단호히 결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은 리퍼트 대사 피습의 근본적 원인을 짚고 테러방지법 제정 등 국회 차원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17일 청와대에서 회동하기로 했지만 여야의 종북 공방과 고발 위협으로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생긴다. 여야는 수준 낮은 정쟁의 굿판을 걷어치우고 민생경제와 구조개혁 등 청와대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이뤄낼 의제부터 논의하기 바란다.
#종북#여야#리퍼트#하태경#박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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