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군 무장탈영 사건, 죄 없는 탈북자들에게 불똥 튈라

동아일보 입력 2015-01-08 03:00수정 2015-01-08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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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장탈영병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주민 4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은 2013년 2월 북한 핵실험 이후 눈에 띄게 냉랭해진 북-중 관계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범인이 숨져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탈영병의 우발적인 행위로 볼 수만은 없다. 북한 병영에 파급된 만성적인 식량난 경제난과, 국경의 군인들까지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체제의 이완 문제가 구조적으로 맞물려 벌어진 참극일 수 있다.

범인은 지난해 12월 27일 저녁 두만강변 허룽 시 난핑 촌에 권총을 갖고 침입해 조선족 주민 허모 씨 부부를 사살하고 이웃 이모 씨 부부를 권총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범인은 달아나다가 중국군과 경찰이 쏜 총을 맞고 치료를 받다 숨졌다. 시신은 북한에 인도됐다. 동아일보가 이 사건을 5일 단독 보도하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이미 북한 측에 항의했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확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시보는 “동아일보가 보도하기 전 관계당국은 아무 소식도 내놓지 않았다. 범인이 북한 정부나 국민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법에 따라 처벌될 범죄자인데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중조(북-중) 관계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북한과 함께 중국 당국을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마을에서는 지난해 9월에도 국경을 넘어간 북한 남성이 중국인 가족 3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자가 늘면서 강력 범죄가 잇따르다 보니 중국은 북한 접경 지역에 첨단 장비까지 동원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 접경 지역에 12군단을 새로 창설한 것으로 우리 국방부는 파악하고 있다. 탈북자 단속 강화를 위한 경비 병력 증강으로 보이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사의 탈출을 힘으로 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국경을 넘는 북한인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선의의 탈북자에 대해서는 한국 등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중단을 요구하는 탈북자의 강제 북송은 북한의 무자비한 인권 탄압에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 탈영병 사건의 불똥이 죄도 없는 탈북자들에게 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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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무장탈영#탈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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