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팽목항만 보지 말고 민생 챙기라” 분노의 추석민심 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추석 연휴기간 지역구를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치권에 대해 폭발 직전으로 부글대는 민심을 접했을 것이다. 지역이나 지지하는 정당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추석 민심은 세월호 특별법을 하루속히 매듭지으라는 것과 ‘법안 처리 제로’의 밥값 못하는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느냐는 것, 그리고 특권 지키기에만 열심인 국회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제 역할을 다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던 진도 팽목항부터 서울까지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도보행진이 의원들의 호응이 적어 사실상 취소 단계인 것도 분노의 민심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린 지 열흘이 다 됐지만 5월 2일 이후 130일이 넘도록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입법마비, 국정마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유병언법(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안),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뼈대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도 세월호 특별법 못지않게 시급한 세월호 후속 대책 법안이다. 내각제였다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으로 다시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을 법한 국회 실종 상태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극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추석(9월 20일) 연휴 직후인 9월 23일 지금의 새정연인 민주당이 54일간의 장외투쟁을 끝내고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면서 출구를 찾았다. 이번에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내 ‘리더십 흔들기’를 떨쳐내고 ‘국정 발목잡기’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5일 회동에 이어 여야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투 트랙으로 다루는 방안을 협의하기 바란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기소권은 우리의 헌법 운용 원리나 근대 사법체계에 맞지 않는 것이기에 두 차례 여야 합의에서도 제외됐던 것이다. 개헌 없이는 불가능한 수사권 기소권에 유족들이 매달리는 대신 세월호 관련 수사와 특검 등이 신뢰를 얻도록 여야가 합심해 유족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1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까지 통과한 90여 건의 민생법안부터 통과시키고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선 양당 간에 최대한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는 길이다.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를 멈추고 국회를 정상화한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를 방문해 세월호 후속 조치와 관련한 정부의 의지와 계획을 분명하게 밝히고 민생·경제 회생에 필요한 국회와 국민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회#세월호 특별법#법안 처리#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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