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의 세월호 위기대처 능력 “창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TV 자막을 보고 알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상황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뿐 무엇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도 청와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만큼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전화나 서면으로만 비서진을 대하고 있었다.

어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4월 16일 목포 해양경찰청은 오전 8시 58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수했고 9시 10분부터 구조본부가 가동됐다. 그런데도 국가안보실은 9시 19분에야 방송뉴스 자막 속보를 통해 사고 사실을 알았고 박 대통령에게 오전 10시 서면으로 첫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보고 지연의 1차적 책임은 해경에 있다지만 청와대의 상황 파악 능력과 보고 시스템도 분명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대한민국의 최고 국가 기관들이 뉴스를 보고 이런 사태를 알았다는 게 창피하다”고 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각각 11차례와 10차례 박 대통령에게 서면 및 유선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30분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오후 5시 15분 중앙재해대책본부(중대본)를 찾기까지 7시간 가깝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야당 의원들의 의문을 샀다.

나라를 뒤흔든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루 종일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이 거리를 두는 것인지, 보좌진도 보고를 두려워할 만큼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권위적이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이 500m나 떨어져 있는 청와대 구조 탓도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 때는 국가정보원, 군, 경찰과 화상교신 시스템을 갖춘 청와대의 지하벙커에서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김 비서실장은 법적으로 청와대는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다운 답변이지만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4월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고 경질됐다. 재난이든 안보상황에서든 위기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상황을 모르는데 뭘 할 수 있겠나”라는 무책임한 자세로는 향후 세월호 참사 같은 위기가 또 닥쳐도 지금처럼 대처할 게 뻔하다. 청와대부터 인식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칠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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