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유족의 뭉클한 권유 “월드컵 즐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4일 03시 00분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 국가대표팀의 축구 평가전은 함성 대신 침묵으로 시작됐다.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는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16분간 ‘침묵 응원’을 했다.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는 응원단의 간절한 바람은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세월호 피해가족 대책위원회는 11일 ‘붉은 악마’ 응원단을 만나 “유족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활기찬 응원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거리응원 논란을 유족이 직접 나서 잠재웠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어제 32일간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우리에겐 월드컵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집단 응원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차분한 분위기를 보인다. 세월호 유족 측은 “월드컵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며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즐기자 월드컵, 잊지 말자 세월호’라는 자체 표어로 유족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한국 대표팀은 ‘사상 최초의 원정 8강’을 목표로 18일 러시아, 23일 알제리, 27일 벨기에와 경기를 벌인다. 선수들은 후회 없는 경기를 벌이고, 국민들은 축구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축제마당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념 지역 세대 소득에 따라 갈라진 대한민국, 이제 집에서 거리에서 서로 하나임을 느끼며 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브라질 월드컵#거리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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