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동네북 해경의 船上 사발면 점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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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구조단 컵라면 식사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전 진도 앞 사고 지점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해양경찰 특수구조단이 사고 선박 바로 앞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컵라면과 김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특수 구조단 컵라면 식사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전 진도 앞 사고 지점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해양경찰 특수구조단이 사고 선박 바로 앞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컵라면과 김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특수 구조단 컵라면 식사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전 진도 앞 사고 지점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해양경찰 특수구조단이 사고 선박 바로 앞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컵라면과 김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1회용 종이포장에 담긴 음식물을 먹는 대원도 보인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특수 구조단 컵라면 식사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전 진도 앞 사고 지점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해양경찰 특수구조단이 사고 선박 바로 앞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컵라면과 김치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1회용 종이포장에 담긴 음식물을 먹는 대원도 보인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그제 아침 8인승 낚싯배를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았다. 진도 팽목항 인근 서망항에서 1시간 남짓, 침몰한 세월호의 뱃머리 자리에는 노란색 공기주머니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변엔 온통 해양경찰이 깔려 있다. 사고 해역을 에워싼 배만 200척이 넘어 보인다. 해양경찰 마크를 단 보트가 바쁘게 돌아다녔고 멀리선 해군함이 호위무사처럼 버티고 있었다. 실종자를 건지는 잠수요원들이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는 노란색 바지선에 다가갔을 때가 낮 12시경.

▷기자가 탄 낚싯배가 다가가자 금지구역이라며 빨리 나가라고 소리친다. 이어 해경보트도 다가와 얼른 나가라고 경적을 삑삑거렸다. 옆에서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니 이들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사진). 해양경찰특수구조단 모자를 쓴 사람은 육개장 사발면을 먹고 있다. 잠수복 바지를 입고 물에서 막 나온 듯한 구조대원도 사발면이 점심이었다. 일회용 도시락을 들고 있는 대원도 보인다. 중앙119구조단 복장 차림의 한 대원은 플라스틱 김치통을 들고 있다. 구명보트를 타고 주변을 순찰하는 해경들은 보트 안에서 빵을 먹으며 주변을 돌고 있었다.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해양경찰은 동네북이다. 사고 발생 당시 해경은 93명을 구조했고 해군은 배가 커서 접근을 못해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해경 안모 경정은 기자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가 직위해제를 당한 판이다. 물론 분노한 유족들을 생각하면 말을 가려서 했어야 할 것이다.

▷작전을 지휘하는 해경 컨트롤타워는 어떤지 몰라도 구조 현장에선 일선 구조대원들이 죽을힘을 다하고 있었다. 일선 구조대원들이 이런 허술한 끼니로 기운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생겼다. 뭍에선 그나마 자원봉사자들 덕택에 몇 가지 찬을 곁들인 밥을 먹지만 바다에선 언감생심이다. 아이들을 부모에게 돌려주기 위해 구조대원들은 목숨을 걸고 물 속에 들어간다.

―병풍도 사고 해역에서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진도팽목항#세월호#해양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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