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대표, 더이상 ‘새 정치’ 말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어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無)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약했던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새 정치’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데서 선회한 것이다. 더욱이 기초선거 공천 배제는 새정치연합 안철수,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달 2일 전격적으로 통합을 선언할 때 최대 명분으로 삼은 대(對)국민 약속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오늘로 새 정치는 완전히 땅에 묻혔다”며 비판했다. 대선 공약을 뒤집고 기초선거 공천으로 돌아선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우리만 공천을 안 하면 패배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약속 파기를 새누리당 탓으로 돌린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일찌감치 기초선거 공천으로 입장을 바꾸자 안철수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을 ‘거짓 정치 세력’으로, 자신들은 ‘약속을 지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한 것을 국민은 기억한다. 같은 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어제 “우리는 약속을 두 번 어긴 것이다. 대선 때 공약을 어긴 것이고, 창당하면서 무공천 주장한 것을 어긴 것”이라고 탄식했다.

무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과 혼선이 확산되자 두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방패막이로 발을 빼는 ‘출구전략’으로 돌아섰다. 설문 문항을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는 상황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을 안 하면 불공정한 선거가 되므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애초 방침대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 중 어디에 공감하느냐’고 정한 것부터 ‘공천을 해야 한다’는 답변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짙게 느껴진다.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내세웠던 합당의 고리이자 창당의 최대 명분을 버렸다. 지난 38일 동안 기초공천 문제를 놓고 극심한 혼란을 자초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보다 엄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특히 안 대표는 지키지도 못할 방안들을 ‘새 정치’라고 포장해 내놓고 번번이 철수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새길 필요가 있다. 기왕 공천을 하기로 했으면 공천 과정도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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