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임창덕]내가 나무를 심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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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에 대한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심을 나무가 없어 산에서 잘 자라던 나무를 집에다 옮겨 심은 적이 있었다. 환경이 달라서인지 금세 시들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 삶의 원칙 10가지 중 하나가 매년 나무를 심는 것이다. 되도록 유실수를 고른다. 나무에 아이들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붙여주고, 작은 명명식을 갖는다. 나무와 나란히 사진을 찍는 정도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본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를 추억하며 찾아갈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리움을 심기 위해서다. 산수유 꽃이 노랗게 필 때면 많은 사람들이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를 생각한다. ‘산수유 꽃이 필 때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라며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애틋하고 살갑게 노래했는데, 나중에 내 아이들도 나에 대한 그리움을 지금 심은 나무의 열매로 달래지 않을까.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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