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이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열기로 한 3국 정상회담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주 앉는 것은 북핵 문제 등에 관한 한미일의 대외정책 기조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회담 날짜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교부가 어제 불쑥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가 이런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가 다시 발표에 나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다음 달 한국과 일본 방문을 앞두고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의식해 세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 내에서도 조율이 안 된 인상이 짙다.
의제도 군색하다. 북핵 및 핵비확산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키로 했을 뿐 한일 갈등의 핵심인 과거사 문제는 빠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심 동맹인 한일 사이에서 어느 쪽을 편들기도 난처할 터이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짧은 만남에서 양국 갈등의 본질을 따지기 어려워 결국 적당히 공조를 과시하는 수준으로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요청을 거부해 온 박 대통령으로선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 떠밀려 회담에 나가는 게 썩 내키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북한 국방위원회가 14일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3국 정상회담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세 나라가 빈틈없는 공조로 동북아 평화를 지켜야 한다. 관건은 일본의 태도 변화다.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아베 총리가 뒤늦게 밝혔지만 일본 정부가 당초 26일에서 다음 달 초로 연기한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오면 대한해협에 다시 파란이 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한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중단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3국 정상회담이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선에서 기념촬영만 하고 끝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인 보람이 없을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것도 아베 정부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 지금 같아선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날 때 과연 웃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