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치민주연합, 친노 세력과 언제까지 같이 갈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연합이 어제 야권 통합신당의 당명(黨名)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하고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당명에서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민주’를 넣을지 말지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넣는 쪽을 택한 대신 안 의원의 ‘새정치’를 앞세웠다. 발기인대회 진행과 발기취지문 작성을 안 의원 측이 주도하는 등 안 의원을 통해 신당의 이미지를 포장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당은 창당발기문에서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겠다고 했다. 또 민주적 시장경제 지향, 정의로운 복지국가 추구,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 등을 강조했다. 한 달 전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창당을 선언하며 발표한 발기취지문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기득권 구조’에 대한 비판만 빠졌을 뿐 거의 그대로다. 안 의원이 호랑이굴에 들어가 벌써 호랑이를 잡은 게 아니라면, 양측이 얼마나 서둘러 발기인대회부터 열었는지 알 수 있다.

발기인대회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내 친노(친노무현)세력이 “종북 친노와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던 조경태 최고위원 발언을 문제 삼는 등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김한길 대표가 “조 최고위원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무마해 넘어갔다지만 신당의 강령과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같은 갈등이 또 불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날 신당추진단의 백승헌 새정치비전분과위원장이 “새 지도부는 창당 후라도 (우리의 혁신 제안을) 정강·정책이나 당헌·당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도 심상치 않다. 정당의 핵심이자 이정표(里程標)인 당헌·당규와 정강·정책도 확정하지 않은 채 6·4지방선거를 겨냥해 창당에 매달린다는 고백이자, 강성 친노세력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안 의원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알려져 있지만 민주당은 6·15 남북 정상공동선언과 10·4 남북 정상선언을 ‘존중하고 계승한다’고 강령에 명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이슈에서도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개별 구성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 발기인대회 직전에 또다시 노출됐다. 그런데도 통합신당 창당에 급급한 것은 양측 모두 지방선거에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는 정치공학적 목적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양측은 ‘정체성’부터 합의해 새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을 더는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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