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외이사도 잘못하면 돈 물어내라”고 채찍 든 감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감사원은 부실한 지방 공기업에 150억 원을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김성원 강원랜드 부사장 등 경영진 4명을 해임하라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그제 통보했다. 또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낸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라고 산업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의 현직 사외이사 3명은 해임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판이다.

강원랜드 임원들이 150억 원을 지원한 공기업은 태백시가 민간 업체와 공동 출자한 오투리조트다. 스키장과 골프장, 콘도를 운영하는 이 회사의 지난해 자기자본은 170억 원이지만 부채는 3473억 원으로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적 과시용으로 리조트를 건설했다가 빌린 돈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런 무모한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태백시는 수익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나섰다가 빚에 허덕이게 되자 돈 잘 버는 강원랜드에 손을 벌렸다. 태백시가 추천한 강원랜드 사외이사는 “태백시에 150억 원을 기부하고, 이 돈을 다시 오투리조트의 운영 자금으로 쓰게 하자”는 안건을 강원랜드 이사회에 올려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의 법률팀은 배임 행위라는 의견을 냈지만 경영진은 묵살했다.

감사원이 강원랜드의 사장과 부사장은 물론이고 사외이사까지 제재에 나선 것은 상법상 회사의 관리자에 해당하는 사외이사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에 손실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업 임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다. 회삿돈을 부실한 회사에 내준 것은 명백한 배임으로 볼 수 있다. 책임을 면하려고 사장과 부사장은 쏙 빠지고 사외이사들을 내세운 것도 죄질이 나쁘다.

공기업 사기업을 불문하고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똑같은 의결권을 갖는다. 강원랜드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잘못된 결정을 감시하고 외압의 방패막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한통속이 됐다. 감사원의 이번 조치는 사외이사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생각으로 함부로 도장 찍었다가는 자기 돈을 물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감사원은 본보기로 강원랜드 사외이사 몇 명에게 책임을 물은 것에 그치지 말고 공기업의 부실과 방만 경영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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