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월 한반도에 울려 퍼질 교황의 ‘화해와 평화’ 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바티칸은 매주 수요일이면 교황을 직접 보려고 세계 각국에서 온 신자들로 넘친다. 오전 10시 반에 시작하는 교황 알현에 참석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서야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면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뒤덮인다. 국기 등 각종 깃발을 흔들고 ‘짝 짝 짝 짝’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은 록 콘서트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의 열기에 못지않다.

1년 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임에도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관저 대신 ‘마르타의 집’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방탄차 대신 소형차를 탄다. 최근 바티칸 밖으로 피정을 갈 때는 버스를 이용했다. “노숙인 사망은 뉴스가 안 되고 주가가 2% 떨어진 것은 뉴스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특권과 허례, 격식을 사양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모습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감동을 받는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고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로 꼽힌 것도 그래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행사와 순교자 103위 시성식, 1989년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두 차례 찾은 이후 25년 만의 교황 방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 충남 지역에서 열리는 천주교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유흥식 대전교구장은 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60년 이상 대치하는 곳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은총을 주기 위해 교황이 오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부활절 때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 사회와 교회, 그리고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도 곰곰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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