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SK 최태원의 세 번째 시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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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타계로 장남인 최태원 부사장이 SK호(號)의 선장이 됐다. 당시 38세였다. 4대 그룹 중 삼성 이건희 회장은 45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60세, LG 구본무 회장은 50세 때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30대에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사령탑에 오른 최 회장은 중압감으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회장 취임 약 4년 반 뒤인 2003년 2월 워커힐호텔 주식 변칙증여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첫 시련을 겪는다.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7개월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항소심과 상고심 형량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속 직후 해외 투기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매집해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한국 내 일부 세력의 지원까지 받으며 SK를 공격한 소버린은 2년 3개월 후 1조 원 가까운 차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났다. SK와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힘든 싸움을 벌였다. 두 번째 위기였다.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파생상품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최 회장은 세 번째 수난의 날을 보내고 있다. 2012년 1월 불구속 기소된 그는 지난해 2월 1심 선고공판에서 법정 구속됐다. 대기업 총수 비리에 반감이 큰 요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2017년 1월까지 형기(刑期)를 꼬박 채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는 회장 직책만 남기고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권력, 돈, 명예를 가진 사람일수록 수감 생활이 더 힘들 것이다. 쓰라린 교도소 경험을 한 최 회장이 다시 경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죄에 따른 벌’은 불가피하지만 젊은 나이에 경영을 맡아 나름대로 분투했던 한 기업인의 몰락은 안쓰러운 느낌도 준다. ‘총수 공백 리스크’ 때문에 경영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투자와 고용에 아무래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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