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영환]갑오년 한반도 격랑을 철저히 준비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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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해 북한은 핵실험 강행에 따른 대외환경의 악화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김정은의 2014년 신년사가 다른 해보다 조금 유연해 보인다. 입만 열면 자랑하던 ‘핵강국’이나 ‘핵보유국’이란 말이 보이지 않는다. ‘미제’란 말도 없다. 이는 대외 여건을 호전시켜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 같다.

북한은 더 나아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자”는 제의까지 했다. 이 신년사를 액면 그대로 보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해 놓고 뒤통수를 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형 도발을 감행한 2010년이 그 예다. 그래서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다. 믿어서도 안 된다. 북한은 여전히 대남 선전기구를 통해 “박근혜 퇴진운동을 벌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하고,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세상에 공표하였다. 장성택은 1972년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 결혼한 뒤 김정일에 이어 40년간 사실상의 2인자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그가 숙청되기 전, 북한의 권력 요직은 장성택의 사람들이 두루 차지하고 있었다.

북한의 정치 역사는 숙청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68년의 북한 노동당 역사에서 김일성 가계의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처형한 적은 없었다. 현재도 장성택의 사람들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언제 숙청될지 모르는 상황. 고위 간부들의 불안과 피로는 누적되고 있다.

경험 있는 간부들이 사라지고, 최룡해 같은 정치군인들이 득세하고 아첨분자와 과도한 충성분자들만 늘어나고 있다. 제어할 수 없는 김정은은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다. 김정은이 정세를 오판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북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최룡해와 같은 정치군인들이 김정은을 제거하려 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쉬운 대남 군사도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120년 전의 갑오년처럼 올해 한반도에 격랑의 파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언제 총성이 울릴지는 북한 지도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거대한 ‘무엇’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느낀다.

우리는 치밀한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대남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앗아갈 경우 북한 정권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야 한다.

또한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 독도와 이어도를 방비해야 한다. 다중시설에 대한 테러와 사이버 공격도 차단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2014년 갑오년을 한민족 비상의 해로, 통일기반 구축의 해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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