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경제가 진정한 ‘위기의 승자’ 되려면

  • 동아일보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시작된 ‘3차 경제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신흥국들 가운데 가장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같은 외국 언론들의 찬사다. HSBC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한국은 신흥국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은 이들과 달리 무풍(無風)지대다. 경상수지의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외환보유액이 3300억 달러에 이르고, 총 외채 중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2분기(4∼6월)에 1.1% 성장해 8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0%대 성장에 마침표를 찍는 성과를 이뤘다. 한국은행은 1%대의 분기 성장세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힘쓰며 견실하게 체력을 다져온 덕분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유럽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고 엔화 약세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더 커질 경우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외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과도한 가계부채가 가장 큰 위협이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금융 불안도 여전하다. 가계부채와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를 옥죄고 있다. 회복의 온기가 현장에 전달되지 않아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불씨를 잘 살려 온기를 윗목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일자리 창출, 주택시장 활성화로 소비를 촉진하고 금융 안정에 힘써야 할 때다.

경기의 단기 반등보다 중요한 것은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고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10대 기업인과의 회동에서 약속한 규제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서비스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 노사 안정도 이뤄져야 한다. 공약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진정한 ‘위기의 승자’가 되려면 과감한 구조 개혁을 해내야 한다.
#한국#경제위기#투자 시장#외국인 자금#과도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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