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보시라이 재판 ‘정치 쇼’인가, 反부패운동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중국에서 1981년 문화대혁명 4인방(四人幇) 재판 이후 최대의 정치 재판이 열리고 있다. 중국 법원은 독립기관이 아니라 공산당의 하부조직이다. 보시라이 전 충칭(重慶) 시 서기에 대한 중국 법원의 심리는 공산당 지도부가 벌이는 ‘정치쇼’ 같기도 하고 반(反)부패운동 분위기도 풍긴다. 부정, 부패, 축재, 치정, 배신, 살인으로 얼룩진 ‘막장 드라마’는 중국 관료사회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해준 창(窓)이나 다름없다.

중국 지도부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공산당 고위 간부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함으로써 관료사회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을지 모르겠다.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국민에게 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하려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권부(權府)의 악취가 진동했다. 실권자가 챙긴 수십억 원대의 뇌물과 천문학적인 공금 횡령도 모자라 그 자식까지 누리는 특권은 중국 사회가 뼛속까지 썩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은 재판 내용을 전하면서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은 검열을 통해 가차 없이 가위질했다. 여전히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통제하고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중국에는 사법권 독립은 물론이고 진정한 의미의 언론·출판 및 표현의 자유가 없다.

재판에서 중국에서는 막후 실력자에게 뇌물을 건네지 않고는 사업이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음습한 비리 구조 속에서 기생하는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는 근원을 따지면 언론의 자유와 사법권의 독립이 존재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독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력만으로는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없다. 이번 재판은 세계의 지도국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중화민족에 걸맞은 민주주의와 소프트파워를 길러나가야 한다. 인터넷이 열리고 소득이 높아져 국민의 선택권이 확대될수록 중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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