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국]아베총리, 선거압승 오판 말아야

  • 동아일보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달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는 여당인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먼저 현대 일본정치에서 자민, 공명 두 당이 여대야소를 달성하면서 다수의 안정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둘째로, 야당 민주당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참패하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책에서뿐만 아니라 자민당에 대한 철저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전국에서 의석을 잃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7석밖에 얻지 못하는, 창당 이래 최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셋째로, 우경화를 부르짖던 지역 정당이 한정된 지역에서 선전하고 전국 정당으로 진출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였으며,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거를 분석하였다는 점이다.

자민당의 압승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의 지도력 때문인지, 민주당의 대안 부재 때문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심리가 이번 승리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인 72석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효과가 아직 미지수이며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자민당은 경제정책과 헌법 개정, 국방군 창설,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실현시켜 나갈 것이다. 물론 경제정책을 우선시하면서, 아베 총리는 안정된 상황 아래서 참의원에 실행 체제를 구축하고, 임시국회에서 성장전략을 검토할 것이다.

앞으로 문제는 일본이 주변국과 어떻게 협력하고, 어떠한 관계를 설정할 것이냐이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는 기본적으로 우익적인 보수주의 성향을 강하게 보여 주변국과 갈등을 초래하였으며, 한일 양국 사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기회에 한일 관계를 갈등에서 협력 관계로 그 모멘텀을 가져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 승리로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준 신념을 과감하게 정책으로 전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압승으로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이뤘으므로 ‘화해하는 정치인 아베’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그렇게 하려면 아베 총리는 SNS 선거에서 보여준 노력처럼, 주변국들과 ‘대화의 공간’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아베 정부는 위험하고 충격적인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웃 국가들과의 역사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 중국과 역사·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외교 정책에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의 불씨를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아베 총리 주변에는 대아시아주의 등을 주장하며, 우익적인 사고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는 그룹들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이러한 그룹들과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우선시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에서 역사 화해의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강한 일본, 믿을 수 있는 국가’를 이루겠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와 아시아를 위하여 미일동맹을 강화시켜 양국이 함께 땀을 흘려 체제를 확립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열린 아시아에서 강력한 연대를 확립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동북아 주변 국가와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자유스러운 세계의 틀을 세계로 넓혀 가야 할 것이다.

현재 한일 관계는 역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를 계기로 향후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일본 국민도 그러한 기대를 하면서 참의원 선거에 임하였을 것이다. 만약 일본이 국민국가의 폐해를 전후 민주주의의 교훈에서 찾지 않고,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논리로 회귀한다면, 21세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정체성은 후퇴할 것이다.

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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