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태현]‘북핵 해결’ 접근법을 바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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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핵무장 의도 놓고 안보 때문, 권력 때문… 20년간 양분법적 접근 오류, 북핵 암세포만 키워
확고한 억지력과 거부로 北의 권력욕 제어하고 동시에 압박과 설득으로 北 안보 불안 해소해줘야

김태현 중앙대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기념할 일이 많다.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했다. 조만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굳이 기념할 일은 아니지만 기억할 일이 또 있다. 올해로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20주년을 맞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의 ‘위기’가 된 것은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곧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부터였다. 이후 ‘북핵 문제’는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의 핵심에 암세포처럼 자리 잡아 20년의 세월을 버텼다.

그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북핵 불용, 북핵 해결을 공약했고 관련국을 포괄한 6자회담이 가동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암세포는 갈수록 크기를 키우더니 급기야 올해 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 협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도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과거 정부가 아직 작았을 때도 풀지 못한 것을 북한이 핵 보유를 헌법에 명기할 만큼 커진 지금 풀 수 있을 것인가?

원론적으로는 물론 가능하다.

그 원론은 북한에, 아니 모든 나라에 핵무기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이 무엇이든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핵무기라는 수단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그 대신 보다 효과적인 다른 수단이 있다는 것을 납득하면 된다.

북한이 핵무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통상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안보다. 냉전 종식에 따른 국제적 고립, 남한과의 체제경쟁 패배라는 정치적 위협이 있다. 갈수록 첨단화되고 고가(高價)화되는 현대무기를 무너진 경제로 지탱하기 어려운 절박함이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핵무기는 논리적 대안이다.

다른 하나는 권력이다. 힘으로 겁박하여 상대를 휘두르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국제정치다. 지난 두 세대 동안 남과 북은 서로 우위를 다투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종국엔 통일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전쟁 협박을 하여 남한을 휘두르고 결국 적화통일하려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또 국제사회는 북한의 목적이 어느 쪽인지를 놓고 뜨겁게 논쟁했다. 목적에 따라 해법이 다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안보가 목적이라면 포용이 해법이다. 안보 불안을 다른 방법으로 해소해 주면 된다. 권력이 목적이라면 거부가 해법이다. 북이 협박해도 굴복하지 않으면 제풀에 지친다. 그런데 이 논쟁은 북핵 문제가 20년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으면서 무색해졌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악화시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 같은 양분법적 논쟁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더욱,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방해가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접근법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안보와 권력은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강할 때 가장 안전하고 가장 안전할 때 가장 강한 법이다. 둘을 분리하여 상충되는 해법을 놓고 정책논쟁, 심지어 정치투쟁을 벌이는 사이 북핵이라는 암세포는 커질 대로 커졌다.

미국의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낱 종잇장을 믿을 바보는 아니다. 당연히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한다. 그 한계가 어디인가? 핵우산의 철폐? 주한미군의 철수? 한미동맹의 해체? 아예 미국의 무장해제는 어떤가?

권력이 목적이라면, 핵전쟁 협박으로 ‘겁먹은’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북한은 무엇을 요구할까? 핵우산의 철폐? 주한미군의 철수? 한미동맹의 해체? 대한민국의 무조건 항복과 적화통일? 안보와 권력이라는 목표는 결국 별개가 아닌 것이다. 그것을 별개로 보고 대책을 따지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안보와 권력을 한 축에 놓고 통합적인 해법을 마련하여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가 하나 되어 추진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이제 환갑을 맞았으니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는 식의 감상적 접근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의 권력욕을 제어하는 것은 억지(抑止)와 거부다. 확고한 억지력을 구축하여 북한의 겁박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압박과 설득에 따른 북한의 정책 변화다. 핵무장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들뿐더러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낙후시켜 그 체제를 존망의 위기로 몰고 있음을 말과 행동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집권 2기를 맞은 미국의 대통령과 새로 취임한 중국의 국가주석이 화답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억지와 거부, 압박과 설득을 조합하여, 과거 대통령들이 풀지 못한 채 크기만 키워 물려준 북핵 문제를 풀어내는 신묘한 치국경세술을 보여줄 것인가?

김태현 중앙대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북한#북핵#안보#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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