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문]중기정책에도 비전 제시한 남덕우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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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불과 반세기 전 우리나라는 바람막이 없는 공장, 희미한 불빛 아래 손발 터진 줄도 모르고 기계와 씨름하던 척박한 나라였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발전의 중심에는 18일 영면한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있었다.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등을 맡으며 최근까지도 우리 경제에 대한 혜안을 제시해 오셨기에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애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부에서는 고인이 “수출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 경제 양극화를 불러왔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고인은 중소기업 정책에도 이정표를 제시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30여 년 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1979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중소기업의 특정 사업을 위축시킬 경우 정부의 사업 조정이 가능하도록 ‘중소기업사업조정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20년 이상 유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폐지됐다. 하지만 제도 폐지 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침투가 더욱 심해졌고 재작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다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니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그 당시 선견지명을 가지고 만든 정책이 아니었나 싶다.

고인은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초석도 다졌다. 1974년 ‘신용보증기금법’에 의해 신용보증기금이 설립되어 체계적인 보증지원제도가 확립됐다. 1978년 제정한 ‘중소기업진흥법’을 근거로 중소기업진흥기금을 조성하여 중소기업 시설 개선 및 협동화를 위한 정책자금을 지원했다. 이때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설립됐다. 무엇보다 고인은 1980년 공포된 헌법 제123조에 “국가는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고 직접 규정하여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초 고인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제는 중소기업을 키울 때다. 대기업 수출의 과실이 중소기업에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키워 국내 대기업 말고 해외로 직접 진출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고인의 희생 덕분에 후배 경제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생전에 이룬 업적에 흠이 가지 않도록 중소기업도 과감하게 혁신하고 있다. 또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틈새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중산층 복원에도 기여할 것이다.

고인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듯이 중소기업이 또다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남덕우#경제#중소기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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