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6억7700만 원짜리 차 한 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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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꽃미남도 아니고 50대 아저씨와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내야 하는 돈이 무려 6억7700만 원이란다. 최근 미국의 온라인경매사이트 채리티버즈에서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과의 1시간 티타임을 자선 경매에 내놓았는데 61만 달러에 낙찰됐다. 예상가는 5만 달러였지만 85명이 응찰하는 바람에 가격이 한껏 올라갔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티타임 장소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여행 경비는 본인 부담, 대화는 비공개에 게스트 한 명을 대동할 수 있는 조건이다. 경매 수익금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인권정의센터에 몽땅 전달한다. 기업가의 시간을 경매하기 시작한 것은 워런 버핏이 원조다. ‘버핏과의 점심식사’ 행사는 200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346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40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미국에는 유명 인사와의 개별적 만남을 주선해 자선기금을 모으는 단체가 여럿 있다. 2005년 설립된 채리티버즈의 경우 세계 1000여 개 비영리기관을 돕고 있는데 온라인 경매로 6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단체의 목표는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니라 ‘선을 행하면서 잘 살자’이다. 이 단체 사이트에는 가수 셀린 디옹과 레이디 가가 등 스타를 직접 만나거나, 존 매켄로 같은 왕년의 테니스 스타와 함께 게임을 하거나, 유명 셰프가 차린 식탁에 초대받거나, 인기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얼굴을 비치는 등 꿈에 그리던 만남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올라 있다.

▷자선 경매는 낙찰자가 추억을 만들면서 착한 일도 할 수 있고, 시간을 기부한 사람은 자신이 지지하는 단체를 도울 수 있는 이벤트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인 셈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한 가수와의 점심 식사를 경매에 부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다. 자선 나눔 배려 사회공헌을 확대하기 위한 모금방식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놀랍지만 아름다운 뉴스’가 나올지 모르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팀 쿡#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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