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조선광선은행이 중국 단둥에 개설한 대표부와 ‘황금의 삼각주은행’이 훈춘에 연 대표부에 대해 금융거래 중단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기 거래와 북-중 경제협력의 양대 핵심 축에 채찍을 든 셈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2094호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이 대북(對北) 제재를 실행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전과는 판이한 태도 변화다. 대북 제재의 사각지대였던 중국을 통한 대규모 현금거래 차단조치라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가 지정한 대상도 아닌 은행을 자체적으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적극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조선광선은행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던 2009년 미국 재무부가 독자적인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던 곳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과는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졌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이 여러 차례 제재 결의를 했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 북한의 현금 거래를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꾼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북-중 접경지역의 통관을 강화해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량이 급감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 중 하나인 중국 파견 근로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성난 중국인들은 거리에서 북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중국 군부에서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깨면 자동개입 의무가 없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원유와 식량공급 빼고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우리는 손을 떼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이대로라면 북한은 틀림없이 멸망의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는 것은 사실이며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급작스러운 북한의 정권붕괴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제 공식 출범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지도부가 북한을 달리 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했던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자세도 단호해 보인다. 북한의 평화 파괴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지렛대를 가진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