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합의해 검찰 개혁 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으나 여야가 올 상반기에 입법화하기로 합의했다. 인수위가 올해 안에 폐지하기로 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도 앞당겨 없애기로 했다.
상설특검은 그때그때 특검법을 만들지 않고 어떤 사건이 법이 정한 수사요건에 맞으면 바로 특검을 임명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인지(認知)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제를 신설해 상설특검과 연계하기로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검찰이 수사하고 나면 매번 의혹이 가시지 않아 특검이 다시 수사를 할 바에야 외부기관의 수사를 받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을 견제하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여야의 견해가 일치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수사력을 약화시키거나 국회의원의 비리 수사를 방해하는 쪽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가 생긴다고 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수사인력과 노하우를 갖춘 검찰의 수사력이 특별감찰관이나 상설특검보다 더 나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검찰이 남다른 수사력으로 성역(聖域) 없는 수사를 한다면 그때는 오히려 기능이 중복되는 상설특검이나 특별감찰관제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은 특검제를 20년간 실시하다가 무용론에 밀려 1999년 폐지했다.
선진국 검찰에 중수부 같은 곳은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도쿄지검 특수부가 정치적 거물들의 범죄를 다룬다. 중수부는 거악(巨惡) 척결을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정치검찰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검찰은 중수부 폐지를 지검이나 고검 차원의 특수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지수사 기능을 경찰 등에 넘겨주고 수사지휘권과 기소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가야 한다.
여야는 검찰 내 차관급 자리를 줄이는 데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검사 2300여 명 중 차관급은 54명이다. 10만 명에 이르는 경찰 중에는 경찰청장이 유일한 차관급이다. 각 정부 부처에도 차관급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이런 불균형이 검사들을 오만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과거 검찰 개혁은 검찰의 로비와 반발에 밀려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다른 의도도 있었을 터이지만 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다가 검란(檢亂)에 밀려 사퇴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검찰에도 스스로 살 길이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