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봉균]민주당 재기해야 국민통합 가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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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객원논설위원·건전재정포럼 대표
강봉균 객원논설위원·건전재정포럼 대표
지난해 4·11총선에서 참패하고 연이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이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느낌이다. 민주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나라 양당 체제의 한쪽 기둥 역할을 했고,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두 차례나 집권할 수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48%라는 높은 득표력을 보였지만 국민들에게 무기력해 보이는 이유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수용할 태세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마냥 맥이 풀려 있으면 문재인 전 후보가 역설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외치고 있는 국민대통합은 결국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려면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민주당이 다시 일어서서 여의도 정치부터 국민통합을 이끌어 가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길이고 스스로 살아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다 이긴 선거를 지고 말았다는 좌절감과 허탈감을 떨쳐버리고 다시 일어서려면 다음과 같은 성찰과 변화가 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대선 한 달 전까지 문재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안철수 현상’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대선에서 문 후보에게 60∼70%라는 높은 찬성표를 던진 젊은 세대들이 당초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이념의 굴레를 과감히 벗어 버려야 젊은층을 포용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민주당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중도세력 이탈 원인을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정치인들을 포용하는 정당으로 차별화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당의 지도세력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당 안팎의 진보세력들 비위 맞추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중산층까지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이념적으로 편향된 이미지를 만들면 결코 수권(受權) 정당이 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의 과반수가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내심으로는 지지했음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짓눌리고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이유는 똘똘 뭉친 진보세력들이 당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요즘 민주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분들이 민주당을 계파 없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공허한 얘기다. 이념적으로 진보 색깔이 있는 정치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계파를 만들어 똘똘 뭉치게 돼있다. 따라서 진보세력과 경쟁할 수 있는 중도합리주의 세력을 단합시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당내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셋째, 민주당은 이제부터 국민 편 가르기 정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 70∼80%가 구독하는 신문이나 종합편성채널을 적으로 돌리면서 국민 여론을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물론 세칭 보수적 언론들도 민주당 내 중도 온건파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당이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대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나 세계시장을 관리하고 있는 경영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넷째, 의원들을 당 지도부의 예속에서 하루빨리 풀어 줘야 한다. 각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이 스스로의 양식에 따라 발언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똘똘 뭉친 진보세력들에 포위돼 있는 당 지도부의 지시대로 발언하고 시위하고 투표하는 정당구조가 지속되면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약했듯이 국회의원 공천 방식을 즉각 국민경선으로 바꿔서 국회의원들을 자유로운 헌법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여야 의원들 간에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 친교하고 대화하는 모임을 적극 만들어 이질감과 상호 적대감을 씻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은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고 새누리당과 대통령 당선인의 적극적 협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의도 싸움정치는 그 책임이 여야에 반반씩 있었던 것이지 야당만의 책임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의 성공 요건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여의도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끌어 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노무현 이명박 두 대통령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분들이었으면서 국민통합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여의도 정치를 싸움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바꿔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몸을 던져 실천하려고 결심했다면 여의도 정치를 싸움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탈바꿈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필자는 이제 정계를 은퇴하고 민주당을 떠난 사람이지만 민주당 소속으로 3선(選) 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민주당이 새 정치 시대를 열어가면서 재기(再起)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민주당이 재기해야 국민통합이 가능하고 당면한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일념(一念)에서 이 글을 쓴다.

강봉균 객원논설위원·건전재정포럼 대표 smkim@kif.re.kr
#민주당#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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