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 검증위원회]<4·끝>2030-5060대결 논리 아쉬워… 여성을 지도자로 보도할 체제 갖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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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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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6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최우열 기자, 윤종구 정치부 차장, 박제균 정치부장,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6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최우열 기자, 윤종구 정치부 차장, 박제균 정치부장,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유지담 위원장=18대 대선이 끝났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선에서의 동아일보 보도는 비교적 다른 신문들에 비해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크게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진영에서도 동아일보를 보고 적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대로 잘됐다는 게 내 총평이다.

▽김대환 교수=일부 진보진영의 신문들은 선거에 접어드니 ‘죽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쓴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반면 동아일보는 면 구성이나 기사에서 공정하기 위해 신경을 썼고 잘 자제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위상을 잘 지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저는 이번 선거에서 패한 쪽 사람들과 인적 연대가 좀 있는데, 그쪽 사람들에게도 “다른 신문과 동아일보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라. 적어도 이번 선거보도에서 편향됐다는 식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박제균 정치부장=그동안 세 차례 열린 검증위 회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우리에게 제일 아픈 내용을 싣고 신랄한 제목을 뽑으려고 노력했다. 신뢰라는 건 결국 자기반성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 위원장=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 윤창중 씨가 대선 전 방송에 나온 것을 여러 번 봤는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선후보가 박 당선인을 TV 토론에서 노골적으로 공격하던 것 못지않게 소름이 끼쳤다. 그런 사람을 기용한 것은 국민에게 증오감밖에 키워주는 게 없는 것 같다. 중도의 마음을 살피고 중도를 겁내는 정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좀 더 그런 인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김대환 교수=일반 시민들이나 중간층의 정치의식은 말할 수 없이 발전해 있는데 정치권은 발전이 늦다. 정치권의 발전을 위해선 권력을 가진 쪽이 다른 형태의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 비서실장보다도 먼저 발표한 첫 사람이 윤 수석대변인이었다. 그동안 방송과 칼럼에서 그가 구사한 어휘나 거기서 나타나는 사람의 품격 등을 생각할 때 나는 약간 멍한 느낌이 들었고 충격이었다. 집권하는 쪽이 극단적으로 가면 같은 역사가 반복된다. 국민이 생각하는 탕평과 박 당선인이 생각하는 탕평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닌가. 이런 간극을 좁히는 게 집권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고, 덜 극단으로 가도록 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 부장=윤 수석대변인 임명 기사는 동아일보가 1면에 ‘대통합에 역행한다’는 취지의 비판기사를 실었다. 이제 박 당선인도 대선후보가 아니라 권력자가 됐고 신문은 권력을 비판하는 게 임무다.

▽김슬기 작가=대선이 끝난 다음 날인 20일자 기사에서 박 당선인의 성장과정과 정치행보에 대해 정리한 기사(A8면 “대통령의 딸…22세 퍼스트레이디…34년 만에 다시 청와대로”)가 마음에 걸렸다. 5·16군사정변이 나오는 대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간에 정권 넘기겠다고 했지만 독재를 한 것에 대해서 너무 부드럽게 넘어갔다. 박 당선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라고 하기엔 전체적으로 미화된 게 아닌가. 그리고 “트위터 언급 178만 건 vs 163만 건…SNS도 박근혜가 앞섰다”(20일자 A13면) 기사는 참 당황스러웠다. SNS에선 이름이 많이 언급됐다는 것의 알맹이를 보면 결국 욕을 많이 먹는 쪽이다. 내용은 중시하지 않고 수치를 갖고 누군가 앞섰다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김성진 변호사=21일자 A1면에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는 제목의 기고를 했는데 그 내용이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사설의 제목이 “박 당선인, ‘공약의 재앙’도 걱정해야”이다. 선거과정에서 나온 공약들을 모두 곧이곧대로 지키려 하다가는 나라 살림을 망치고 민생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분배, 복지,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사실상의 수정을 제안했다. 언론이 정치인에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 공약을 지키라고 하는 게 보통인데, 오히려 공약을 지키지 말라고 하고 있다. 국민들 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정치권이 받아서 공약했는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하면 국민의 의사와 다르다.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소수의 재벌총수 일가,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환 교수=신문의 사설에서 재원 문제를 지적한다는 건 김 변호사 생각과는 달리 무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복지라고 하는 것이 재원 문제가 따르는 것이니 인수위나 내각이 출범하면 그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공약과 실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우선순위에 따라 공약을 정리하는 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로 하는 일이다. 오히려 공약을 100% 다 하겠다는 게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김은미 교수=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신문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신문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동아일보의 재발견이었다. (대선보도 검증위원회 회의를 위해) 관심을 갖고 봤어야 하는 정치기사 말고도 전체적으로 굉장히 읽는 기쁨이 있었다. 선거에서 여론조사에 관한 콘텐츠가 정치 기사의 어느 정도를 차지해야 하느냐는 참 중요한 문제다. 여론조사 숫자의 등락을 읽다 보면 그 안에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들과 후보를 판단하는 척도에 관한 정보, 유권자 목소리 등이 들리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이 다른 선거 때보다 그런 경향이 컸던 것 같다. 선거에 임박해 상황이 급박했겠지만, 양쪽 진영의 대결이 첨예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의 과제 등 미래를 준비하는 보도도 조금씩 했더라면 싶다.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한 후 문재인 후보와 만나 지지를 선언한 직후인 12월 10일자 A1면에 ‘安 효과 있었지만 판세 뒤집진 못해’란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는데, 좀 강한 타이틀 아닌가. 하루 이틀 만에 뒤집지 못했는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려울 텐데, 다소 규정적으로 읽혔다. 또 여론조사 보도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면 조심스레 해석해야 한다. 오차범위 이내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순위로 매겨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 부동층 심층분석이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대환 교수=이번 선거가 표면적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똘똘 뭉쳐 진영 대결을 한 것처럼 보이는데, 언론이 보수와 진보의 실제 내용이 어떤지 파고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수-진보 진영의 실제 정책 내용은 그때그때 잡탕이었다. 우리나라에 좌파가 제대로 있나, 보수가 제대로 있나. 또 선거에서 나타난 세대별 차이 분석도 언론이 겉핥기에 그쳤다. 이번 선거가 보수-진보 진영 대결과 2030-5060 세대별 대결이란 논리 등 정치권의 프레임을 언론이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나.

▽유 위원장=언론은 많은 독자가 있어야 할 텐데 요즘은 자기편이 아니면 잘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중립을 지키면 재미가 없어서인지, 미지근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지, 그래서 화끈하게 극단적으로 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야당 쪽에도 좀 더 건전하고 중도적인 인물이 나와야 하고, 박 당선인은 소신대로 한 번 힘 있게 나라를 운영하면서도 극단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 언론이 견제를 해줘야 한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국민이 따라주고 힘이 돼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이 그런 촛불과 같이 바른 길을 가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원님들이 동아일보에 바라는 점을 말해 달라.

▽김 작가=일반 국민이 생각하고 바라는 점을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는 기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6일자 “2030이 말하는 박근혜… 본보 50명 심층인터뷰” 기사에선 이들이 왜 박 당선인을 찍지 않았는지 여러 가지 시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 변호사=언론은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어려움을 해결할 길을 찾아서 정치권력을 압박하는 게 정도다.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건 언론의 정도가 아니고 국민의 사랑도 받지 못한다. 동아일보가 국민과 함께 사랑받으며 국민의 삶 향상에 이바지하는 신문이 됐으면 한다.

▽김은미 교수=여성 대통령 관련 보도에 있어서 동아일보뿐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들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기다. 그동안 정치문화, 보도문화가 상당히 남성 중심으로 짜여 있었는데, 여성을 지도자로 다루는 데 있어서 미묘한 톤의 차이가 있을 듯하다. 또 전 국민이 통합에 노력해야겠지만 언론이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통합을 향한 노력도 찾고 칭찬해주는 보도가 많았으면 한다.

정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대선#박근혜#진보#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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