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의 독도 빼앗기 총력전에 정부는 뭐하나

  • 동아일보

미국 애플사가 독도 단독 표기 방침을 바꿔 독도-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를 병기(倂記)하기로 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도겠지만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애플은 새 운영체제 iOS6 골드마스터의 최종 버전 지도에 한국에서 접속하면 독도, 일본에서 접속하면 다케시마, 제3국에서 접속하면 리앙쿠르암초 독도 다케시마 3가지로 표기하기로 했다. 실효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리 땅인 독도를 다케시마와 리앙쿠르암초라는 이름으로 제3국과 일본 이용자들에게 알리겠다는 발상이다. 독도 지키기 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한국의 영토 주권을 무시한 사이버 제국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의 지도에 올해 7월까지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기했으나 한국 외교통상부의 항의를 받아들여 9월 독도 단독 표기로 수정한 바 있다. 애플이 독도-다케시마 병기에 대해 ‘기업의 이익 때문’이라고 밝힌 것만 보더라도 일본이 얼마나 집요하게 이 문제에 개입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일본의 독도 왜곡 공세에 대해 경계를 계속했더라면 애플이 한 달 만에 악화된 독도 표기를 들고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작은 성공에 취해 방심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전 세계를 상대로 다케시마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독도를 빼앗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이에 맞서 우리 외교부는 150여 개 공관에 10개 국어로 된 독도 홍보물 35만 부를 배포하고, 독도 홍보 예산을 올해 23억 원에서 내년 42억 원으로 늘렸다. 부당한 영토 야욕과 과거사 왜곡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애플의 독도 표기 개악은 정부가 큰소리를 쳤지만 일본의 총력전에 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애플에 앞서 두 달 전 독도 표기를 접속 국가에 따라 세 가지로 달리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구글을 막지 못한 데 이어 애플한테도 당했다. 외교부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다른 외국 기업으로 독도 왜곡이 확산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반크의 박 대표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애플과 구글 본사를 방문해 독도 왜곡에 반대하는 회원 200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문을 전달하고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외교부가 반크처럼 한다면 번번이 당하진 않을 것이다.
#일본#독도#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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