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싸이와 19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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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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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떡이 더 크고 남의 여자가 예쁘고/내가 하는 모든 것은 뭔가 좀 어설프고/그렇다고 죽을 수도 계속 이대로 살 수도∼/63빌딩 위로 그리고 그 위로/지금부터 뛰어 볼란다 라이트 나우(Right now)/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생쇼를 하네/평생 일생 혹은 나의 이생/기죽지 않아 굴하지 않아 쿨 하잖아∼.’ 2010년 발표된 싸이의 5집 타이틀 곡 ‘라이트 나우’의 가사 중 일부다.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싸이는 원래 모범생과 거리가 멀다. 그가 부른 노래 중엔 성인 인증을 받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들을 수 없는 ‘19금(禁)’이 여럿 있고, 대부분은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다. 싸이는 자기 노래의 대부분을 직접 만든다. 19금 곡은 모두 직접 지었다. ‘라이트 나우’에서 문제가 된 ‘웃기고 앉았네, 놀고 자빠졌네, 아주 생쇼를 하네’는 싸이의 19금 곡 중에 가장 연한 수준일 만큼 그의 노랫말은 거칠고 솔직하며 때론 불편하다.

▷여성가족부가 ‘라이트 나우’에 내린 19금 결정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여성부는 “단순히 술 담배라는 용어를 포함한 것에 그치거나 비속어 사용이 과도하지 않은 300여 곡을 19금에서 철회하겠다”며 “‘라이트 나우’ 등 싸이의 곡 3개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유해물 결정을 철회하려면 해당 음반·음악파일·뮤직비디오의 제작자와 발행자 등 관련 당사자의 이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 ‘라이트 나우’는 이의 신청은 없었으나 여성부는 자체 판단에 따라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싸이의 최근 인기도 한몫한 것 같다.

▷요즘 청소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면 그들의 언어가 얼마나 험악해졌는지 실감한다. ‘×팔’ ‘×나’는 대화의 맥락과 아무 상관없이 수시로 등장한다. 귀엽고 예쁘기만 한 여중·여고생들도 그렇다. 우리 애는 안 그렇다고? 싸이가 일갈한 대로 ‘웃기고 앉았네’다. 이런 판에 ‘라이트 나우’를 19금으로 규제한다면 애들에게서 ‘웃기고 앉았네’ 소리를 듣기 딱 좋다. 하지만 너무 절실해진 ‘청소년 언어 순화’의 필요성도 부인할 수 없다. 현실이라고 해서 그냥 수용하기보다는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부는 고무줄 잣대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의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싸이#여성가족부#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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