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임혁백]대선후보들은 대외국가전략을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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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러시아 정치사학자인 오토 힌체는 내정의 연장이 외정이고, 외정은 다시 내정을 규정한다는 내정과 외정의 상호결정론(codetermination)을 설파하였다. 상호결정론이 한국보다 더 절절히 들어맞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국제적 냉전의 산물이고, 국내정치적 갈등보다 국제정치적 요인이 6·25전쟁을 발발케 했으며, 전후 남북 간의 체제경쟁이 한국의 압축적 산업화를 견인하였다.

그런데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성공적 외정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활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의 주요 대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지역균형발전 등 내정에 관한 정견과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2012년 이후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국가전략(Grand National Strategy)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대한민국에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고 한중일의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적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정을 이용하면서 동북아에 영토 갈등이 거세지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즈음에는 동북아 안보 체스판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러시아는 대선을 끝냈고, 한국 미국은 앞두고 있고, 중국과 북한에서 권력세습이 완료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총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을 움직이는 행위자와 구조가 동시에 바뀌는 시점에서 권력을 이어받는다. 따라서 주요 후보들은 이러한 중대한 구조적 변동기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외정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초당적 대국가전략은 다음과 같다.

해외의존도 높은 한국엔 ‘外政’ 중요


첫째, 대한민국은 지중해시대 대서양시대 태평양시대를 거쳐 도달한 21세기 ‘동아시아 지중해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유럽의 지중해시대를 이끈 나라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반도국가였듯이 ‘동아시아 지중해시대’도 반도국가인 한국이 열어야 한다. 동해 남해 서해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태평양과 중국대륙을 연결할 수 있는 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하면 한국은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그랬듯이 동아시아 지중해의 중추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의 강대국인 중국 일본과 삼각균형체제를 이루지 않고서는 한국은 중추국가가 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의 국력은 삼각균형을 이야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국력을 키워 삼각균형을 구축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자강을 통한 내적균형(internal balancing)’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단시일에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 전략이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전략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한 ‘외적균형(external balancing)’ 전략이다. 현재 예측 가능한 시간 내에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남을 미국의 힘을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더함으로써(호가호위·狐假虎威), 우리는 중국 일본과 거의 대등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통해 7000만 한반도 경제권을 형성한다면 일본과는 인구수와 시장에 있어서 실질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자주론자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친미, 숭미로 배격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가 일본 중국과 자주적으로 떳떳하게 상대하려면 미국을 등에 업어야 한다. 한미동맹이 강고했을 때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강변하지 않았고 중국이 동북공정을 벌이지 않았다.

우리 홀로 자주하겠다면서 한미동맹을 이완시켰을 때 일본과 중국은 우리를 가볍게 대하고 무례한 짓을 하였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외교전략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미국은 태평양 너머 있는 먼 나라이고 영토적 야심이 없는 유일한 제국이다. 중국과 일본이 아직도 19세기 제국주의시대의 영토 확장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힘을 빌려 자주를 확보하는 외적 균형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우리의 자주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자주를 위한 한미동맹’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 모든 후보가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증세같이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전하는 방식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복지재원은 해외에서 마련해야 한다.

美 등에 업고 ‘한중일 삼각균형’이뤄야


우리는 지중해시대의 베네치아와 제노아 같은 도시공화국들이 해외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들여와 시민들에게 복지 번영 자유를 제공한 데서 배워야 한다. 이제 통상국가를 넘어서 해외투자를 통해 밖에서 돈을 벌어와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기금을 마련하는 투자국가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동남아 서남아 중앙아시아 투자를 통해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개척해야 하고 한미동맹이라는 하드파워, 대한민국의 매력을 전파하는 소프트파워, 그리고 공적개발원조(ODA) 같은 경제원조를 통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점성권력(sticky power)’을 결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7000만 한반도 경제권 형성과 궁극적인 통일은 중국을 견제하고 한중일 삼각균형체제를 확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통일은 영토 인구 자원이라는 국력의 3대 요소를 더해줄 것이기 때문에 통일한국이 되어야 한중일 삼각균형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동아광#임혁#대선#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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