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민주당發 공천 비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공천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검찰은 4·11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40여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친노(친노무현) 성향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의 편성제작총괄본부장 양경숙 씨와 서울 강서구 산하 단체장 이모 씨 등 모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돈을 받은 양 씨는 공천 청탁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라디오21과 선거 홍보에 대한 투자 명목이라며 투자계약서까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게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양 씨가 주장하는 투자계약서는 공천 뒷거래를 숨기기 위한 이면계약서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소규모 인터넷 방송과 선거 홍보에 4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양 씨가 실제 민주당 관계자를 상대로 공천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다. 양 씨에게 돈을 건넨 이 씨 등 3명은 4·11총선 때 민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고 한다. 양 씨와 민주당 사이의 공천 로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 씨는 민주당 전 대표의 보좌관과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방송연설기획실장 등을 지냈을 정도로 민주당과 인연이 깊다. 그는 검찰에 체포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 함께 죽자고?’ 등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현영희 의원의 공천 뒷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천 장사 사건이 국민에게 준 충격과 분노를 한번 생각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짓의 모래성으로 쌓은 망루에 올라 부패의 나팔을 입에 물면서 겉으로는 원칙과 신뢰를 이야기해온 박근혜 의원은 당내 경선 후보직 사퇴를 고민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런 민주당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민주당과는 물론이고 공천과는 더욱 관계가 없는 개인 비리 의혹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을 향해서는 “새누리당 불법 비리 사건을 물타기하지 말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상식 밖의 이중 잣대다.

검찰은 현 의원에 대해 공천에 힘써 달라며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3억 원을 건넨 혐의로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 의원과 조 씨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돈의 종착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가리지 말고 공천 비리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사설#공천#민주당#공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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