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意왜곡 ‘모바일 경선’ 덫에 걸린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초장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측이 25일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의 모바일 투표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26일 울산 경선에 불참해 경선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알 수 없게 됐다.

경선일 전에 실시된 모바일 투표의 경우 제주와 울산 모두에서 투표율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1·15전당대회(80%)나 6·9전당대회(73.4%) 때보다 낮은 58.6%와 68.6%였다. 당 대표보다 대선 후보 경선의 투표율이 높아야 상식에 부합한다.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에서 4번 문재인 후보의 이름까지 다 듣지 않고 1∼3번 중 하나를 택한 뒤 전화를 끊으면 미(未)투표자로 집계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런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보완하지 않은 것은 실책이다.

모바일 투표는 비밀선거나 직접선거 같은 공정성의 확보가 쉽지 않다. 결속력이 강하고 회원 수가 많은 세력이 대거 동원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노년층보다는 젊은층의 참여가 높아 특정 연령층의 표심(票心)이 과다하게 반영될 수 있다. 이런 민의(民意)의 왜곡 말고도 이번처럼 기술적인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전체 경선 과정에 치명상을 입힐 위험도 높다.

민주당은 지나치게 흥행에만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보완장치 없이 모바일 투표를 전면 도입함으로써 스스로 그 덫에 걸리고 말았다. 완전 국민경선이라는 명분에 매달려 당원 비당원 구분 없이 모두에게 1인 1표씩 부여한 것도 모바일 투표의 위험성을 더 키웠다. 제주 경선과 비문 후보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투·개표가 강행된 울산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50%가 넘는 압도적 득표를 한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선거인단 불법 동원 문제로 경선 일정이 잠정 중단되고 8개 지역 순회 경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파행을 겪었다. 대선 후보 선출이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본선에서 상대당 후보를 이길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민주당은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모바일 투표의 근본적인 결함을 고치는 대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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