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상진]한국사회의 불협화음 문제는 세대갈등이다

  • 동아일보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는 조각나고 활력을 잃었다. 균열과 활력 상실은 사회 발전에 치명적이다. 제각기 살아갈 방안을 모색할 따름인 곳, 생기를 잃어버린 곳에서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는 꿈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조각나고 활력을 상실한 한국의 모습을 우리는 세대 간의 긴장에서, 더 극적으로는 갈등에서 볼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상급자와 하급자, 노인과 젊은이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서로 궁금한 것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쩔 수 없이 함께할 때가 있지만, 그것의 끝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배려와 이해와 통합은 극히 드물며, 무관심과 긴장과 반목이 대부분이다.

세대 간에 서로 경계하고 반목하는 곳에서, 즉 응집력이 약한 곳에서 활력이 생길 수 없다.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쉼 없는 변화이기에,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대응은 ‘닥치고 혁신’도, ‘오로지 수구(守舊)’도 아니다.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종의 세대 균형이 필요하다. 특정 세대가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면 일방적 대응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독점한 세대는 생기가 넘치겠지만, 소외된 세대는 자포자기에 빠진다.

그렇게 사회는 활력을 잃어간다. 각 세대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사회 활력이 살아난다. 말하자면 노령 세대를 배려하면서 어린 세대의 성장과 참여가 원활할 때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익히 알려진 고령화와 저출산은 사태를 더욱 고약하게 만든다.

일단 출산이 적어지고 노령 세대가 많아지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든다. 또한 응집력도 약화된다. 특히 노령 세대와 아이를 둔 가족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얼마 전 동아일보가 보도한 ‘2010∼2012 세계 가치관 조사’ 분석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 노령 세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도가 비교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같은 이유로 아이를 둔 가족도 사회에서 배제되기 쉽다. 노인이든 아이든 돌봐야 하는 가족 성원은 경쟁력, 특히 유연성과 이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그렇다고 국가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세대 정책(politics of generations)을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세대 정책은 여러 세대의 형평성, 특히 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하나의 틀에서 고려하는 것이다. 세대 정책은 특정 세대를 위해 다른 세대가 희생되는 것을 막는다. 왜냐하면 돌봄과 사회화(양육·교육)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령 세대를 돌보고 어린 세대의 올바른 성장과 사회 진입을 독려하는 노력을 각각의 예산과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큰 계획 속에서 집행하는 것이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보육 문제를 이런 의미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된 무상보육 체계는 사회화를 책임지는 부모를 배제한다. 현 보육정책은 부모의 역할과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비록 아동의 양육과 보조를 위해 예산이 집행되지만, 부모의 역할을 제한하기에 부모와 자식이라는 세대의 관계를 공고히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보편적 아동수당 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주장한다.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이미 대부분의 복지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세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되었다. 말하자면, 국가는 세대 간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곧 아동의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부모를 직접 돕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세대 정책은 지금껏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한 세대의 생존은 다른 세대와의 협력과 배려, 후원과 돌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세대 정책은 세대 갈등으로 부서지고 초라해진 우리 사회를 뭉치게 하고 활력을 되살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기고#전상진#세대 갈등#세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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