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의 눈과 귀 모으는 코리안의 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가수 싸이가 작사 작곡 안무까지 도맡은 노래와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15일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조회수 3000만 건을 넘어서며 13일과 14일 공개된 유튜브의 ‘최근 한 달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차트 1위에 올랐다. 어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은 조만간 2006년 ‘괴물’이 수립한 1300만 명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미국 TV프로그램 앵커가 ‘말춤’을 따라 하고 세계 각지에서 패러디가 등장하는 ‘강남스타일’은 대중가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은 중독성 짙은 비트, 코믹과 섹시 코드를 버무린 춤이다.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외모의 싸이가 스스로 강남스타일이라며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설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걸그룹 아이돌그룹이 주도하는 기존 케이팝의 문법을 뒤집은 반전(反轉)과 파격(破格)이다. 속물적 ‘강남문화’를 슬쩍 비트는 싸이의 창의적 발상이 신선하다.

영화 ‘도둑들’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휴머니즘, 사회적 메시지 없이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최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영화적 재미만 있으면 폄하하는 풍토다. 그러나 ‘도둑들’은 순수하게 재미만 추구했다”고 말했다. ‘광고모델 배우’라는 저평가가 따라다니던 전지현은 ‘도둑들’에서 연기파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한국 영화는 올해 ‘도둑들’ ‘연가시’ 등의 흥행에 힘입어 국내시장에서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세계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대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나라는 인도를 제외하곤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1989년 미국영화 직배에 항의하는 영화인들은 영화관에 뱀을 풀어놓았다. 스크린쿼터가 축소 폐지되면 한국 영화판은 할리우드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겁을 냈다. 그런 우려를 비웃듯 요즘 보호막을 걷어낸 한국 영화들은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거꾸로 할리우드 영화를 밀어내고 있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한국적 감성을 잘 살리는 스토리, 우수한 두뇌의 영화판 유입, 대자본과 스타 파워가 결합한 산물이다.

한국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수출을 통해 한류(韓流)를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들어냈다. ‘강남스타일’과 ‘도둑들’의 성공은 한국인의 끼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사설#싸이#강남스타일#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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