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하나의 경제 먹구름, 국제곡물가격 폭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6월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천장을 모르고 뛰고 있다. 지난달 말 옥수수는 t당 323달러, 콩은 63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곡물 파동으로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폭동이 일어난 2008년의 가격대를 넘어선 것이다. 밀은 1년 전에 비해 35% 오른 337달러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이 50년 만의 가뭄을 겪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가 뛰는 것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농업(애그리컬처)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세계 5위 곡물수입국으로 밀과 옥수수의 거의 전량, 콩의 91%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당장 물가가 걱정이다. 벌써 라면 과자 두유 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맥주와 사료 가격도 들썩인다.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에도 부담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4∼7개월 후 국내 물가에 본격 반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과 내년 초 국내 밀가루값이 현재보다 27.5%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를 견인하는 수출이 위축되는 와중에 그간 안정적이던 물가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수요 위축’을 겪고 있다. 몇 년 안에 유럽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국제 유가도 여전히 높다. 여기에 애그플레이션이라는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 저성장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된다. 물가가 오르면 돈을 풀 수 없어 불황 극복은 더 멀어진다. 침체의 악순환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밀과 콩 수입에 무관세 적용을 계속하고, 수입금융을 확대하며,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하겠다는 것 정도다. 2008년 파동 때의 대책을 거의 재탕했다. 미국 시카고에 국제곡물회사를 만들어 곡물을 직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세웠으나 흐지부지된 지 오래다.

애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작황 전망이 날로 나빠지는 데다 동유럽과 러시아도 흉작이다. 이상기후는 해마다 심해진다.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식량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국산 농산물 대체소비와 국제 곡물시장 참여, 해외 식량기지 확보 등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새롭게 손질해야 한다.
#사설#경제#국제곡물가격#에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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