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공천 파문, 진실 밝히고 대수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헌금 3억 원 제공 의혹 사건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크게 달라 아직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현 의원이 친박근혜계인 이정현 현경대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차명으로 300만∼6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사람은 설사 후원금을 받았더라도 차명이니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 의원이 거액의 공천헌금을 제공했을 개연성도 높아진다.

선진통일당도 김영주 의원이 당에 50억 원의 차입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비례대표 공천 파문에 휩싸였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의 전신) 의원은 “18대 공천 과정에서 1번부터 10번까지는 얼마, 11번부터 20번까지는 얼마,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면서 “나한테는 돈 한 푼 안 내고 비례대표가 됐다고 모든 사람이 화살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19대 총선 때라고 없었겠는가. 민주통합당도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명숙 전 대표의 한 측근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공천을 구실로 한 예비후보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아 물의를 빚었다. 각 당에서 지금 드러난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비례대표 제도는 지역구 선거로는 충원하기 어려운 직능, 약자, 소수자 그룹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그 취지와 다르게 과거엔 당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 사실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가가 정당을 보조하지 않아 비례대표 의원에게서 불가피하게 특별당비를 받아 당 운영비로 썼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가 ‘전국구(錢國區) 의원’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없다. 불과 4년 전인 18대 총선 때도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비리가 터져 관련자들이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몇몇 비례대표 의원도 공천헌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지역구 공천도 마찬가지다. 뒷돈으로 공천을 받는 것은 매관매직(賣官賣職) 범죄다.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제기되는 모든 공천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여야는 공천 비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현 의원 사건에 친박계 일부 인사가 연루돼 있는 만큼 박근혜 의원도 한가롭게 대응할 일이 아니다.
#사설#공천 비리#현영희#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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