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염과 열대야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8월 5일 오후 4시, 영월은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8.7도까지 올라갔다. 이날 서울은 1994년 7월 24일 38.4도가 기록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36.7도를 기록했고, 열대야도 7월 27일 밤부터 지속되고 있다. 폭염으로 전국에서 3384명이 사망했던 1994년의 여름이 떠오른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최근 세계는 한바탕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6월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보았고, 이상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50%가 넘는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있다. 러시아에서도 시베리아 지역에 30도가 넘는 기온이 나타나는가 하면 산불이 발생하여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이상 고온 현상은 지구가 서서히 더워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북극해의 이상 난동에 의한 대기 흐름의 이상이 겹쳐져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반구 지역의 원활한 대기 흐름을 막는 기압 배치가 이루어지면서 이상 고온 현상이 특정지역에 정체되어 장기간 발생한 것으로,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장마가 남부지역은 평년보다 일찍 시작됐고 중부지역은 평년에 비해 늦게 시작됐으나, 7월 중순에 발생한 제7호 태풍 카눈의 내습으로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평년에 비해 3∼8일 정도 일찍 종료되었다. 이후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서북쪽으로 확장하여 우리나라를 뒤덮으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최성기가 8월임을 감안할 때 7월 하순부터 시작된 무더위와 폭염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상 기상’ 또는 ‘극한 기상’이라는 말은 과거에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특정 지역에 발생하는 것으로, 뉴스를 통해 가끔 접하는 특이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상 기상 현상이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이상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아 예측률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급격한 산업화와 산업혁명 이후의 무분별한 개발, 화석 연료의 사용은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마구 방출하게 되었고, 이는 다시 인간에게 지구 온난화라는 시련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다양한 기상 현상의 형태로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들어 이상 기상 현상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그 강도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더구나 이상 기상 현상은 아무런 전조 없이 나타나고, 우리에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기상위성, 기상 관측 선박과 레이더와 같은 첨단 관측 장비를 도입하여 우리나라 주변의 작은 변화 하나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일 폭염경보가 발표되고 태양은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이번 주에는 새로 발생한 11호 태풍 ‘하이쿠이’가 비 피해는 없이 이 무더위를 식혀 주는 고마운 단비를 뿌려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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