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김정은의 이미지 정치,어디까지 믿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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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인을 앞세우거나 함께 손을 잡고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우리 정치인들도 공식 행사에서 배우자를 앞세우거나 손잡고 걷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다. 4월 15일 공식 행사에서는 20분간 직접 연설을 했고, 현장지도에서도 주민들과 유별나게 접촉을 한다. 평양공항 개축 현장, 양말공장 등을 방문했을 때는 ‘세계화’를 강조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북한 체제의 당면과제 해결과 관련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조기에 수립하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갖고 있던 지위와 권력을 당규와 헌법을 고치는 수고를 감당하면서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 김정일 체제만큼 공고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실 김정은 체제의 약점은 북한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리더십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어떻든 이런 차별화를 통해 김정은 체제는 무엇을 기대할까? 우선 단기간에 주민들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오를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새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많은 탈북민의 증언이 주민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를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회의의 의결로써 이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할 수는 있지만, 주민들의 정치적 복종, 즉 마음을 사는 일은 지도자가 안심할 수준만큼 당장 끌어올릴 수는 없다. 그래서 김정은식 감성정치라 할 수 있는 ‘인민에게 다가가는 활동 모습의 변화’를 통해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누가 결정했을까? 그것은 김정은 비서가 직접 했을 가능성이 많다. 유럽 유학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유럽 정치인들의 대중정치 모습을 북한식 수령의 인덕통치 이론에 접목했다고 본다.

세계화, 농업개혁 등과 같은 경제정책 변화와 관련한 지시는 중장기적으로 당과 체제에 대한 주민의 충성심을 지속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4월 20일 연설했던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인민의 굶주리는 고통’을 북한 새 지도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내놓은 경제개혁 내용들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분조관리제만 해도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시도한 정책이다. 북한 내외에서 자본주의 학습을 하는 것도 1990년대 초반 김일성종합대에 자본주의 학습을 시도한 사실을 고려하면 전혀 새롭지 않다. 과거 내용의 재탕, 삼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김정은 체제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상반된 각도에서 과잉 해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개혁개방의 출발로 인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런 제스처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방향에서든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의 변화는 김정은 유일영도체제 강화에 있지, 우리가 원화는 변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는 시도하는 사람의 의도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북한의 리더십 변화가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론#백승주#김정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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