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사드 물러나고, 러-중은 ‘민주와 평화’ 기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시리아 반(反)정부군이 터키와 이라크 국경의 주요 관문을 장악한 데 이어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벼랑 끝에 섰다. 42년 동안 철권통치를 지속한 부자(父子) 세습 정권은 16개월 동안 1만7000명 이상의 자국민을 학살했다. 아사드 정권은 조속히 권좌에서 물러나 국제사회와 자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순리다.

시리아에서는 시아파 변종인 알라위파가 시리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니파를 지배했다. 최악의 학정(虐政)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소수파로서 권력을 독점한 지배엘리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종파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시리아 내 모든 정치그룹이 과도정부 구성에 참여해 평화적인 선거로 민주정권을 수립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거점을 잃은 알카에다가 시리아를 새로운 활동무대로 활용하거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발호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궁지에 몰린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시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회원국이 아닌 탓에 정확한 보유 실태가 베일에 가려 있다. 시리아 정권이 붕괴된 뒤 화학무기가 헤즈볼라 하마스 등 무장 테러단체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전 세계가 불안에 떠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된 시리아 사태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에 상정된 세 차례의 시리아 관련 결의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 냉전시기부터 이어진 군사협력과 무기 거래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내 문제’ 운운하며 대량 학살에 눈을 감은 것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을 일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보리 제재 논의가 시리아 정부만을 문제 삼은 것은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궤변도 서슴지 않았다. 자국민 학살은 체제나 이념과 상관없는 반인륜 범죄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늦어져 무고한 양민이 계속 희생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이라도 시리아의 민주화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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