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폭력 유야무야 특권’부터 버려라

  • 동아일보

작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처리를 막겠다며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은 검찰의 8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헌법에 보장된 불체포 특권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조사 거부였다.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가 확실해 김 의원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사람이 통진당의 원내대표가 돼 있으니 국회에서 또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국회의장이 김 의원을 고발했어야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말했다. 최루탄 사건이 터졌을 때 국회에서 어느 누구도 엄정한 법 집행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여야를 떠나 “서로 좋은 게 좋다”는 국회의원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 때문이다.

18대 국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쇠사슬로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거나, 안에서 잠근 문을 부수기 위해 쇠망치와 전기톱이 동원됐다. 국회의원들의 멱살잡이와 업어치기는 다반사였고 보좌진까지 가세했다. 책상 위에 올라가 ‘공중 부양’을 선보인 의원도 있었다. 소수파가 폭력으로 국회의 정상 운영을 가로막는 것은 선거 민의(民意)에 대한 부정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의 아수라장은 해외 언론에 심심찮게 소개돼 그 자체로 나라 망신거리였다.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뿌리 뽑는 것이 19대 국회의 중점 쇄신과제가 돼야 한다.

국회 폭력은 기본적으로 정치가 법에 우선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민주사회에서 정치가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2009년 미국의 민주당 하원의원 5명이 시위 도중 경찰 저지선을 넘자 경찰은 즉각 수갑을 채워 이들을 체포 구금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경찰이 어디서 국회의원에게 손을 대느냐”는 호통을 들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국회 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바른 방향이다. 국회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부과해 국회에서 퇴출시키고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야가 기왕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려면 자신들의 특권의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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