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원, 박근혜 의혹은 ‘아니면 말고’ 뻥튀기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당 회의의 신상 발언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대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박지원 죽이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검찰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됐으니 수사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가 올해 5월 ‘박근혜-박태규 접촉설’을 제기할 때와 지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모습을 비교해보면 너무 차이가 크다. 그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면서 만남 자체를 로비 의혹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박 씨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과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 원내대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뻥튀기를 한 셈이다.

이에 비해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의혹은 훨씬 구체적이다. 그는 임 회장에 대해 “2007년 목포 지역 후배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처음 인사했고, 18대 국회 원내대표 시절 저축은행연합회 일로 찾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경우 “2008년 총선 직후 식사 자리에서 만났고, 선거 때 많이 도왔다고 해서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후원금 300만 원을 냈지만 바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김 회장에 대해서는 “저의 변호인이었던 소동기 변호사와 함께 오찬을 한 번 했고, 저축은행 퇴출이 시작된 이후 원내대표실에서 저축은행연합회 회장단과의 면담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 원내대표가 문제의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형식과 내용은 박 전 위원장이 박 씨를 우연히 만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남의 잘못을 공격할 때나 자신의 잘못을 잴 때나 잣대가 같아야 한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할 때는 만남 자체를 문제시하면서, 자신을 방어할 때는 만남 자체는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투로 말한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이다. 박 원내대표는 행여 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검찰의 수사를 회피하려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지원#박근혜#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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