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소동은 이명박(MB)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전략 부재를 보여준 불상사다. 협정안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한 뒤 ‘밀실 처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서명식을 불과 50분 앞두고 일본에 협정 체결 연기를 통보했다. 전례가 없는 외교 결례이자 망신살이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안보태세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일본은 위성, 이지스함 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하는 북한 관련 정보에서 한국보다 앞선 분야가 많다. 우리가 일본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면 대북(對北) 대응능력은 그만큼 커진다.
그러나 국제적 협력에 앞서 국내에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MB 정부는 한미동맹 복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을 국가적 위상을 높인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운다. 이 대통령 스스로 국제회의에 나가면 주역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자랑한다. MB 정부는 ‘대외(對外) 퍼포먼스’ 성격의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었지만 취임 초기 광우병 사태나 이번 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론 분열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분야에서는 치밀하지 못해 혼란을 불렀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라는 특수 관계의 외교는 절차가 본질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국민 여론을 살피지 않고 밀실에서 처리하다 역풍을 만나 협정 체결을 연기했다. 국가운영 전체를 조망하는 전략도, 전문가다운 대응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기 만료를 7개월여 앞둔 MB 정부가 광우병 사태 때 저지른 아마추어적 실수를 되풀이한 것은 딱하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도 재난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작은 고리 하나가 끊겨 거대한 사슬이 무력화되듯이 평범한 실수가 국가 존망을 위협할 수 있다. 안보는 항상 완벽을 지향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 전쟁이 터지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MB 정부의 실책이 더욱 아쉽다.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장 난 부분을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청와대든 외교부든 엄중 문책해야 한다. 잘못을 정확하게 따져야만 남은 임기에 실수를 막고 다음 정부의 시행착오도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소동을 빌미로 국무총리 해임과 불신임을 들고 나온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공세는 지나치다.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은 외면하면서 실수를 과장해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