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양숙 씨, 딸 아파트값 13억 원 출처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는 2009년 미국 뉴저지 주의 고급 강변 아파트를 매입한 돈 13억 원(100만 달러)이 어머니 권양숙 여사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검찰에 보낸 서면 진술서에서 밝혔다. 그러나 권 여사는 별도의 서면 답변서에서 돈의 출처 등 의혹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여사의 진술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진실을 밝힐 의사가 없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정연 씨는 2009년 1월 아파트 매입 자금 13억 원을 은모 씨를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미국에 있는 아파트 원주인 경연희 씨에게 보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서면 답변서에서 경 씨에게 전달한 13억 원이 아파트 구입대금이라는 점은 시인했다. 그러나 현금 13억 원이 든 사과상자 7개를 은 씨에게 전달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50, 60대 남성’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알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정연 씨 모녀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들의 행위는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13억 원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서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거액을 환치기 수법으로 미국에 보냈으면 불법 송금에 해당하는 만큼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 여사가 딸의 아파트 구입 자금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 탈루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뇌물 사건으로 조사받다 자살한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해서 진실을 덮고 갈 수는 없다.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은 없어졌지만 가족에 대한 공소권은 시효가 남아 있다. 법률을 위반했다면 전직 대통령 가족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검찰은 정연 씨 모녀가 서면 조사를 통해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환 조사도 검토해야 한다. 검찰이 서울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을 서면 조사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놓고 고민할 수도 있다. 대통령 가족이라고 해서 서면 조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해서도 1차로 서면 조사를 했다. 서면 진술서가 불충분하면 소환 조사를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권양숙#아파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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