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차기 정부로 미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해양수산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업무를 이관하고 간판을 내렸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야 대권 유력 주자들은 해양부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총선 때도 정치권에서 해양부를 부활해 부산에 유치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부산에는 ‘해양수산부 부활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연말 대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집권하든 해양부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과거 해양부의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 국토부와 농림부가 올해 말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점이다. 이전이 완료된 상태에서 새로 들어선 정부가 내년 2월이나 3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해양부를 부활해 부산으로 옮길 경우 소속 조직과 인원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과천에서 세종시로, 다시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이동해야 할지 모른다. 불필요한 비용과 혼란이 초래될 게 분명하다.

작년 11월 확정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일정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옮겨가야 하는 곳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농림부 국토부 등 6개 부처와 조세심판원 등 6개 기관이다. 이들 부처와 기관에 소속된 인원은 4139명으로 전체 이전 대상 인원 1만452명의 약 40%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정권에서 과거와 같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또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형태로 분리될 수 있다.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기능 재정립 결과에도 영향을 받는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부활, 정보미디어부와 중소기업부의 신설도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의 세종시 이전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부처가 서울과 세종시로 나눠짐에 따라 조직 개편이 쉽지 않고 행정 낭비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을 줄이려면 올해 말로 예정된 부처들의 세종시 이전을 차기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 정부가 여야 정치권과 협의해 되도록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일부 세종시 주민의 반발이 있을 수 있겠으나 단지 몇 개월 이전을 늦추는 것이니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세금을 이중으로 쓰고 행정력의 손실을 초래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해양수산부#과학기술부#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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