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前·現대통령의 형들 비리 의혹 못 덮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9일 03시 00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5년 단임제 정권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5년마다 치르는 푸닥거리가 돼 가고 있다. 대통령 권력이 정점에 있을 때는 관련자들이 입을 꽉 다물어 드러나지 않던 친인척 비리가 임기 말로 가면서 대통령의 힘이 빠지거나 퇴임하고 나면 이곳저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 씨에 대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며 감쌌지만 전직 세무공무원의 비리가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다. 건평 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계좌에서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노 씨를 수사하던 중 이 계좌에서 수년간 거액의 자금이 활발하게 오가다 노 전 대통령 퇴임 3개월 뒤인 2008년 5월 이후 거래가 뜸해진 정황을 포착했다.

노 씨는 공유수면 매립허가와 관련해 청탁을 하고 업체로부터 거액의 차명 주식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자신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기업에서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2003년엔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 2005년에는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로비 대가로 30억 원을 받아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형은 대통령 동생의 그림자 뒤에 숨어 노 정권 내내 온갖 이권에 개입하며 검은돈을 챙긴 것이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은 건평 씨와 격과 급이 다르기에 더 조심할 줄 알았다. 이 의원의 최측근 보좌관은 뇌물 비리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포스코 계열 학교법인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날린 과정에 이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무진이 만류했으나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이 의원의 뜻’이라며 투자를 종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의원 측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투자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외부의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이 의원 주변에 과도하게 힘이 쏠리면서 ‘권력의 사유화’ 논란이 일자 언론은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과 통한다)’이라며 경고를 보냈지만 형과 동생은 유념하지 않았다. 후임 대통령들에게 엄중한 교훈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형들을 엄정하게 수사해 의혹의 실체를 가려야 할 것이다.
#사설#노무현#노건평 이명박#이상득#대통령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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