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옥]소비자의 합리적 구매가 ‘봉’ 취급 안받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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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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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3월 말에 스토케, 오르빗, 부가부, 매클래런, 잉그레시나, 퀴니 등 외국산 유명 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소비자가격이 외국에 비해 적게는 1.3배에서 많게는 2.2배까지 비싸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봉’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소시모가 외국산 유명 브랜드의 국내외 가격 수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이후 한 달 정도 지난 현재 스토케의 가격은 189만 원에서 169만 원으로 20만 원, 잉글레시나도 10% 이상 가격이 인하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가격 인하의 폭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해당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상은 소시모의 정보 제공 이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함으로써 가격이 많이 부풀려진 외국산 유명 브랜드에 대한 구매를 감축하자 해당 업체들이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들이 단순히 과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고가의 외국 제품이라면 품질도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제품을 구매한다면 주인 대접은커녕 ‘봉’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번에 가격을 내린 스토케와 잉글레시나의 사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봉’이 아니고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난 40여 년 동안 소비자의 권익 증진에 매진해 온 필자로서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수동적으로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의 소비자는 시장과 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소비자가 시장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 스스로가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하면 기업들이 스스로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을 하게 돼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위해서는 제품 간의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정보가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소시모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좀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소시모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미 추진한 유모차에 대한 가격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을 망라하는 국제 테스트기구와 연대해 각국의 유모차를 대상으로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10월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소비자단체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시장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도 강화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기고#김재옥#소비자시민모임#소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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