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퍼스트 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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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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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강연 때 ‘퍼스트 펭귄(최초의 펭귄)’을 자주 언급한다. 머뭇거리는 다른 펭귄들에 앞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과감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교수의 책 ‘젊음의 탄생’에서 이 구절을 발견한 최재영 씨는 청년들의 자기경영카페 ‘더 퍼스트 펭귄’을 서울의 고려대와 이화여대 앞에 냈다. 온라인광고마케팅회사 아이파트너즈를 창업한 문준호 대표는 ‘마법의 5년’이라는 책에서 성공 4법칙 중 하나로 퍼스트 펭귄 법칙을 꼽았다.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하게 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쳐 과감한 세계화 전략을 구사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선두주자인 미국 애플을 따라잡고 ‘폰블릿’(스마트폰+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과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 모두 활용됐다. 퍼스트 펭귄이라야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퍼스트 무버는 잘하면 1등이지만 패스트 팔로어는 잘해도 2등이다.

▷아이디어만으로 퍼스트 무버가 될 수는 없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그제 대한상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데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문화코드를 맞추기 어려운 비(非)선도국가여서 퍼스트 무버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 8억5000만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 큰 시장인 미국에서 인기를 얻어 빠르게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와 아이러브스쿨 등 비슷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비즈니스모델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국내 여건도 바뀐다. 미국, 유럽연합(EU), 인도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한중 FTA까지 성사되면 세계 시장 진출이 전보다 수월해진다. 외국어와 정보기술(IT) 등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친화력을 갖춘 젊은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10여 년 전 해외 배낭여행이 그랬듯 요즘 젊은이들의 꿈은 해외 취업과 해외 창업이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평가받겠다며 미국에 회사를 차려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임업체도 있다. 당장은 어려워 보이지만 한국산(産) 퍼스트 무버가 세계를 누빌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횡설수설#홍권희#퍼스트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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