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됐다. 파이시티의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7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구치소로 향하기 전 “내가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시련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중자애하겠다”고 말했다. 때늦은 후회다. 그는 부정한 돈을 받으면서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멘토’에 걸맞지 않게 부도덕한 처신을 했다.
검찰은 오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 조사한다. 파이시티 측이 2007년 청탁 대가로 건넨 돈이 박 전 차관에게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세탁을 한 흔적도 발견됐다. 박 전 차관은 이전에도 CNK ‘다이아 게이트’ 등 여러 비리 의혹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인맥의 원로 그룹 좌장(座長)이었다면 박 전 차관은 소장 그룹의 실세로 ‘왕(王)차관’이라고 불렸다.
2005년 파이시티의 세부시설 변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는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현 정부 출범 후 요직을 맡은 이 대통령 측근들이 참석했다. 당시 상당수 도시계획위원들이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결국 파이시티에 상업시설을 허용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시가 용도를 변경해 준 2006년 5월 11일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임기를 50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파이시티 사건이 최시중 박영준 두 사람의 개인 비리 의혹 차원을 넘어 광범위한 정권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7억 원 차명계좌와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형과 사촌처남은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이 대통령은 올해 2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고 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정권이 4년 만에 곳곳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정권으로 추락했는데 이 대통령은 마치 자신도 피해자인 양 신세타령을 했다.
권력형 비리의 가장 큰 책임은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통령에게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측근 비리 문제에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검찰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단호한 의법 처리로 현 정권 부패의 모든 근원을 찾아내고 도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