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침략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39종의 사회과 교과서 중 21종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왜곡 교과서는 지난해보다 3종이 늘어났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다. 일제는 1905년 한반도 침략 과정에서 독도를 시마네 현에 멋대로 편입했다. 우리의 영토이고 우리가 실효적(實效的)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놓고 일본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인데 한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식으로 교과서에 쓰는 것은 미래 세대에 거짓을 가르치는 일이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2008년 개정한 ‘교과서 집필 가이드라인’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따라 집필됐다. 이 해설서는 “독도가 일본 영토인 것은 북방영토(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극우 성향의 일부 출판사가 독도 및 역사 왜곡에 나섰지만 이제는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그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의 ‘일본군 성적 노예 문제’라는 표현에 대해 “정확하게 기술된 것이냐 하면 크게 괴리(乖離)가 있다”고 말했다. 일제의 속임수나 강압에 의해 끌려가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망발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간 대화 제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라”는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 주필 등 양심적 인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노다 총리는 26일 정상 환영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어제는 오후 행사에 불참하고 서울을 떠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일본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경제 강국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 걸맞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국수주의적 태도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

한국인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 역사를 통절하게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침략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원한다면 역사 왜곡을 즉각 시정하기 바란다.
#일본#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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