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윤리 먹칠한 민간인 사찰 은폐와 돈 상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은폐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됐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으로부터 ‘입막음용’으로 제3자를 통해 2000만 원을 전달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 전 비서관을 비롯한 일부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관계자들에게 매달 28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총리실 간에 있었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장 전 주무관은 직속상관이었던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통해서도 이 전 비서관이 금품 전달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장 전 주무관은 앞서 최종석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모든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라”며 불법 사찰에 대한 증거인멸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다 돈까지 주고 입막음에 나섰다면 증거인멸과 은폐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했음을 말해 준다.

과거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등에서 영수증을 작성할 필요가 없는 돈을 가져다 쓴 적도 있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청와대로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니 놀랍다. 국가기관끼리의 상납은 법과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공직윤리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공직윤리에 먹칠을 한 행위다.

장 전 주무관과 진 전 과장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정작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을 받아온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은 법정에 서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됐고, 검찰에서 오히려 (증거인멸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은폐에 관련됐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폭로한 바 있다.

검찰 수사마저 청와대와 짜고 했다는 의심을 받는 심각한 상황이다. 모든 게 일방적 주장이긴 하나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부 통화녹취록까지 나왔다. 검찰은 더는 미적거리지 말고 즉각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검찰이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면 특검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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