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석우]中, 탈북자 강제북송 땐 주변국 민심 잃는다

동아일보 입력 2012-03-07 03:00수정 2012-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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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이다. 북한 당국이 박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강제북송은 중국이 가입한 난민조약 제33조 제1항과 고문방지협약 제3조 위반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북자들은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라고 항변한다. 독재세력 외에는 두둔하지 않기 때문에 훙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날카로운 질문에 계속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첫째, 난민 치고 합법하게 국경을 넘은 사람은 거의 없다. 둘째, 탈북자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하지만 실은 정치적 박해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즉, 북한 정권은 전 주민을 핵심, 적대, 동요계층으로 분류해 적대계층 주민들을 오지로 보내고, 식량 배급마저 끊고 있다. 그들의 탈북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박해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상습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식량을 배급하지 않는 북한 당국이 책임질 일이다.

중국대사관 앞 촛불집회에서 한 탈북여성이 절규했다. “북한 정권은 탈북자를 붙잡아다가 먹이지도 못해 굶겨 죽이면서 1년에 수천 명씩 왜 끌어가는가?”라고. 강제송환되면 그들은 고문, 강제수용소 감금, 심지어 처형까지 당하게 된다. 그들을 강제송환해 인간을 파괴하는 일을 세계 양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중국 내에서 체포되지 않기 위해 탈출 루트를 아는 이들에게 의존하는 것을 기획탈북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보호이기 때문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가 동아일보 칼럼에서 탈북자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중국 당국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게 될 탈북행렬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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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개혁 개방하지 않고서는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없고, 줄을 잇는 탈북 행렬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북한이 끝까지 버틸 경우 붕괴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붕괴하는 북한을 언제까지 보호할 것인가. 이제 중국도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중 수교 20년간 중국이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확인할 때다. 주변국 주민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주요 2개국(G2) 진입도 빛을 잃게 된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 여론을 선동한다는 중국의 보도는 상황을 거꾸로 보는 것이다. 국민들의 양심의 소리가 ‘조용한 외교’에 안주하려던 한국 정부를 움직인 것이다. 그것이 한국인들의 힘이다.

1919년 한국인들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해 맨주먹으로 3·1운동을 일으켰다. 중국과 인도의 잠자던 영혼을 일깨웠다. 1921년 중국 공산당 결성도 인간의 자유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중국 공산당은 고난의 만리장정 길에서도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원칙을 왜 불쌍한 탈북자에게는 베풀지 못하는가.

중국은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즉각 중단하고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심사를 허용해야 한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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