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다이어트 관련 제품은 셀 수 없고 다이어트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일상 활동량의 감소로 비만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만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보건의료비용 중 7% 정도가 비만 관련 지출이라고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덴마크는 ‘비만세’까지 도입했다. 비만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자 정부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다이어트 열풍도 불고 있다. 바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다이어트’다. 매년 증가하는 온실가스가 지구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태국은 3개월간 지속된 홍수로 국토의 70%가 물에 잠겼고 11만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18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산업 발전의 부산물이 인류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앞으로 이런 기후변화의 위기는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우리에게 닥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탄소다이어트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도국인 독일은 이미 신재생에너지 소비율이 12.5% 이상이다. 이는 2.61%인 우리나라의 4배가 넘는 수치다. 2020년에는 3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원전(原電)을 완전히 철폐할 것을 선언했다.
영국은 해상 풍력발전을 통해 탄소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영국의 해상 풍력발전은 2010년 말까지 1.3GW의 전력을 생산할 만큼 성장했다.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2000억 파운드(약 359조4680억 원)를 투자해 풍력발전 규모를 48GW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750억 파운드(약 135조 원)에 달하는 탄소 감축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탄소다이어트가 가장 절실한 국가다. 2009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억700만 t으로 0.3%의 낮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는 전년 대비 약 0.9%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저탄소 고효율 산업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탄소 고비만국’인 셈이다.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최근 도입을 논의 중인 배출권거래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국은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1990년(연 7억8000만 t) 대비 26.9%나 감소했다. 영국 최대 복합 화력발전회사인 드랙스파워(Drax Power)는 발전기를 개조해 연간 자동차 100만 대에서 배출되는 분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배출권거래제가 영국을 저탄소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배출권거래제는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녹색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돕는 체질개선제가 될 수 있다.
비만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살을 빼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 질병에 노출되고 결국에는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감축에 힘쓰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100년에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액은 2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리가 고려하는 비용 및 불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로 살찐 대한민국을 건강한 녹색강국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탄소다이어트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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